“전력수요 느는데 여건은...” 에너지전환 실행력 ‘검증대’
2026-10-19
[에너지신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전력수요 증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할 전력공급체계가 준비돼 있는지를 놓고 국회의 질의가 이어졌다. 대규모 전력망 투자를 감당할 재원과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송변전설비 건설 지연, 인버터 기반 전원의 계통안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에너지정책의 실행력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에너지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한전의 재무 부담과 전기요금, 전력망 적기 건설, 재생에너지 제도 개선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녹색채권의 사용처와 발전소 온배수 관리, 취약계층 에너지효율 투자 축소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19일 국회 기후환경노동위원회 에너지기관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 방안을 물었다. 안 의원에 따르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전망에서 2040년 최대전력수요는 최대 165GW로 기존보다 약 27GW 증가했다. 제11차 계획에 따른 송·배전 투자만으로도 2038년까지 약 113조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김위상 의원(국민의힘)은 한전의 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5년 연속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상황에서도 최근 5년간 총 8032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공기업의 보수·성과평가체계가 경영상황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문제 삼은 것이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당초 목표보다 7년 6개월 늦게 완공됐고, 신송산 변전소도 7년 지연됐다. 주민 민원과 인허가, 선행공정 지연 등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어 의원은 산업시설을 완공하고도 전력 부족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재원 확보와 인허가 조정, 주민 협의를 함께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에너지 관련 기관장들.
김소희 의원(국민의힘)은 발전 5사의 최근 3년간 유연탄 도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선박 운송 1582건 중 1090건인 68.9%에서 국내 하역항의 석탄 열량이 선적항보다 낮게 측정됐다고 지적했다.
정혜경 의원(진보당)은 전력망 확충과 함께 소비지역의 발전 책임을 강조했다.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망 계획에 반영하고, 갈등이 발생한 송전선로는 건설의 불가피성과 판단 근거를 공개하라는 주문이다. 전력망 건설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민이 사업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운영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김주영 의원은 “재생에너지 접속 용량 41.1GW 중 약 75%인 30.7GW가 배전망에 연결돼 있다”며 “전압·주파수 이상 시 인버터가 한꺼번에 계통에서 이탈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의원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철규 의원(국민의힘)은 발전 5사의 유연탄 조달 과정에서 특정 공급사에 물량이 집중되고, 낮은 품질의 석탄이 반입돼도 대금 정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최근 5년간 유연탄 계약의 83.2%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제시하고, 품질관리·정산 구조에 따른 손실을 1143억원으로 추정했다. 특정 공급사 편중과 특혜·유착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감사원 감사 청구도 요구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 참여 조건이 도마에 올랐다.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발전사업자가 직접거래 전기사용자의 연간 사용량 중 70% 이상을 자체 생산하도록 한 기준이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에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발전량 조절이 가능한 LNG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며 발전원 특성을 반영한 차등 적용이나 완화를 주문했다.

▲나경원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국민의힘)은 하동근 지역난방공사 사장의 선임 심사 결과와 업무 전문성, 지원 경위를 문제 삼았다. 자기소개서 비공개 처리와 서류·면접 평가 결과를 짚으며 기관장 선임 과정의 적절성을 추궁했다.
특히 나 의원은 김현지 실장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던 인연과 사장 지원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도 추궁했다. 이에 하동근 사장은 “과거 주례를 40회 정도 맡았었는데 그 중 하나일뿐”이라며 특별한 관계나 사전 교감은 없었음을 강조했다.
발전설비의 환경·안전관리도 점검 대상이었다. 김정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전 6사의 온배수 어업피해 보상금이 2311억 8000만원에 달한 반면, 지난해 온배수 물량 기준 재활용률은 1.06%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관계부처와 발전사가 공동으로 해양영향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스마트팜·산업단지 등으로 폐열 활용을 확대할 실행계획을 요구했다.

▲신정훈 의원의 발언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퇴장하면서 오전 질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질의는 대체적으로 전력수요 전망과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실제 공급 능력으로 연결할 수단에 맞춰졌다는 평가다. 한전이 별도 보고하기로 한 인버터 개선 예산과 연말 인력 충원 협의,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 과정에서 국감의 지적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후속 점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야당 의원들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하려는 기업 총수들의 팔을 비틀려고 하는 것 같다”는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퇴장하면서 오전 질의가 잠시 중단됐다.
또 오후에는 김기현 의원(국민의힘)이 매출 및 영업이익에 대해 잘못 답변한 하동근 지역난방공사 사장에게 “공부 좀 하고 나오시라”고 지적하면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출처 : 에너지신문